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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회(再會)와 끝 없는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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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o_profile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11.♡.30.169) 댓글 0건 조회 2,027회 작성일 17-05-22 1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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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는 세월이 흐르면 치유된다. 세월이 흐르고 흘러 근심 속에서도 삼추가 지 났다. 이즈음엔 김생도 마음을 안정시키고 다시 경서에 마음을 쏟고 과거에 응 시하였다. 김생은 선비 천 명이 응시한 가운데 당당히 장원이 되었다. 

장원 급제에 삼일 유가가 주어졌다. 악공들이 음악을 연주하고 배우들이 주변에 서 갖은 재주를 부렸다. 구경꾼들이 순식간에 모여들어 마치 장터처럼 시끄러웠 다. 김생은 호탕하게 채찍을 잡고 말에 올랐다. 사람들은 배우들의 재주를 보기 도 하고 김생의 당당한 모습을 칭찬하기도 했다. 

얼마쯤 갔을 때 길 옆에 높고 긴 담이 보였다. 김생이 말 위에서 보니 푸른 기 와, 붉은 난간이 사면에 빛나고, 여러 가지 화초들이 가득 향기를 뿜는데다 나 비와 벌이 뜰 안을 날아다니는 것이 보였다. 

“이곳이 어디인가?” 

“회산군 댁입죠.” 

말을 끄는 이의 대답에 김생은 문득 옛일이 생각났다. 저도 모르게 마음이 더워 졌다. 

이 때 회산군 부인도 궁인들을 이끌고 집 앞으로 구경을 나왔다. 부인은 삼년 전 회산군이 죽은 후 처음 소복을 벗은 때여서 쓸쓸히 지내다가 유가를 따르는 배우들의 재주를 보러 나온 것이었다. 그 때였다. 갑자기 김생은 말에서 떨어진 것이다. 잠시 딴생각을 한 탓이었을까? 어쨌든 그가 말에서 떨어지자 많은 사람 들이 놀라 달려들었다. 회산군의 부인은 곧바로 시녀들을 시켜 그를 사랑으로 데려가게 했다. 

그래도 여전히 음악과 재주는 계속되었다. 김생이 회산군의 집으로 들어갔으니 이들도 따라와 연주하고 재주를 부렸다. 시녀들 몇이 주렴을 걷고 이를 구경하 였다. 얼마나 지났을까? 김생은 은근히 정신이 들어 궁녀들을 살펴보았다. 하지 만 영영은 그림자도 보이지 않았다. 

‘혹시 저 세상 사람이 된 건 아닐까?’ 

김생은 불안한 생각이 들었지만 이를 내색할 수는 없었다. 이 무렵 한 여인이 멀리서 김생을 바라보다가 들어가고, 들어갔다가 다시 나와 바라보기를 반복했 다. 그녀는 김생을 바라보다 눈물을 감추며 안으로 들어갔다가 다시 밖에 나와 바라보면서 마음을 안정시키지 못하는 것 같았다. 차마 김생을 보지 못하고 눈 물을 막지 못하면서도 사람들에게 발각될까 봐 두려워하고 있으니, 이는 바로 영영이었다. 

벌써 저녁 무렵이었으니 김생은 오래도록 머물러 있을 수 없었다. 김생이 비틀 거리면서 일어났다. 

“내가 여기에 무엇 하러 왔을까?” 

김생은 혼잣말처럼 이 말을 남기고 바로 나가려 하였다. 이때 부인이 들어오다 가 김생이 나가려는 것을 보고 잠시 쉬며 차라도 마시고 가라 붙잡았다. 김생은 부인의 마음이 고마워 다시 자리에 앉았다. 

누군가 차를 가지고 들어와 김생 앞에 놓았다. 좋은 차의 향이 방 안 가득 퍼졌 다. 김생이 저도 모르게 고개를 들어 보니 이게 웬일인가? 차를 들고 온 사람은 다름 아닌 영영이 아닌가! 영영의 눈은 붉게 물들어 있었다. 김생은 놀랍고 반 가워 입을 다물지 못했다. 하지만 김생도 영영도 결코 내색할 수가 없었다. 김 생은 기가 막혀 눈앞이 흐려졌다. 영영이 차를 올리고 나갈 때 봉투 하나가 김 생 앞에 떨어졌다. 김생은 얼른 주워 부인 모르게 소매 속에 감추었다. 

김생이 집에 와서 떨리는 마음으로 편지를 뜯어 보니 이런 글이 적혀 있었다. ‘복 없는 첩 영영이 다시 절하며 낭군님 발 앞에 아뢰옵니다. 제가 살아서 낭 군님을 따르지 못하고 그렇다고 쉽게 죽지도 못하여 이렇게 시들어 가며 남은 생을 살고 있습니다. 봄날에도 깊이 궁에 갇히었고, 오동잎에 비가 떨어지는 밤 에도 저는 빈 방에 갇혀 있사옵니다. 오랫동안 거문고를 가까이 하지 않아 거미 줄이 상자에 얽히고, 경대를 쓰지 않고 감추어 두니, 티끌과 먼지만 가득합니다. 해가 기우는 저녁 하늘에 저의 한이 더하고, 새벽별 그믐달에 외로움이 더합니 다. 다락에 올라 멀리 바라보면 구름이 저의 눈을 가리고 창에 기대면 수심이 저의 혼을 끊으니, 오호 낭군이시여! 어찌 슬프지 않겠나이까? 이모께서 세상을 버리신 후 편지조차 전달할 수 없어 애가 끊어지는 듯하더니 이제야 낭군님을 뵈었습니다. 비록 젊음이 시들고 비천한 몸이지만 낭군님 앞에 이렇게 아뢰옵니 다.’ 

김생은 편지를 다 읽고 나서 침음(沈吟, 근심에 잠기어 신음함)하고 슬퍼하면서, 차 마 손에서 놓을 생각을 하지 못했다. 그리움에 사무치는 것이 그전보다 더했다. 그러나 예전이나 지금이나 변한 것이 없었다. 깊은 궁중 속에 있는 그녀를 사모 하는 김생의 정만 더할 뿐이었다. 

김생은 얼굴이 파리해지고 몸이 쇠잔하여, 자리에 눕자마자 병이 들었다. 그렇 게 두어 달이 지나니 김생은 죽은 몸이나 다름없었다. 마침 김생의 친구 중에 이정자(李正字)라고 하는 이가 문병을 왔다. 정자는 김생이 갑자기 병이 난 것 을 이상해 했다. 병들고 지친 김생은 그의 손을 잡고 모든 이야기를 털어놓았 다. 정자는 모든 이야기를 듣고 놀라며 말했다. 

“자네의 병은 곧 나을 걸세. 회산군 부인은 내겐 고모가 되는 분이라네. 그 분 은 의리가 있고 인정이 많으시네. 또 부인이 소천(所天, 아내가 남편을 일컫는 말)을 잃은 후로부터, 가산과 보화를 아끼지 아니하고 희사(喜捨)와 보시(布施)를 잘 하시니, 내 자네를 위하여 애써 보겠네.” 

김생은 뜻밖의 말을 듣고 너무 기뻐서 병든 몸인데도 일어나 정자의 손이 으스 러져라 꽉잡을 정도였다. 김생은 신신 부탁하며 정자에게 절까지 하였다. 정자는 그 날로 부인 앞에 나아가 말했다. 

“얼마 전에 장원 급제한 사람이 문 앞을 지나다가, 말에서 떨어져 정신을 차리 지 못한 것을 고모님이 시비에게 명하여 사랑으로 데려간 일이 있사옵니까?” 

“있지.” 

“그리고 영영에게 명하여 차를 올리게 한 일이 있사옵니까?” 

“있네.” 

“그 사람은 바로 저의 친구로 김모라 하는 이옵니다. 그는 재기(才氣)가 범인 (凡人)을 지나고 풍도(豊道)가 속되지 않아, 장차 크게 될 인물이옵니다. 불행하 게도 상사의 병이 들어 문을 닫고 누워서 신음하고 있은 지 벌써 두어 달이 되 었다 하더이다. 제가 아침저녁으로 왔다갔다 하면서 문병하는데, 피부가 파리해 지고 목숨이 아침저녁으로 불안하니, 매우 안타까이 여겨 병이 든 이유를 물어 본 즉 영영으로 인함이라 하옵니다. 영영을 김생에게 주시는 것이 어떻겠습니 까?” 

부인은 듣고 나서, 

“내 어찌 영영을 아껴 사람이 죽도록 하겠느냐?” 

하였다. 부인은 곧바로 영영을 김생의 집으로 가게 하였다. 그리하여 꿈에도 그 리던 두 사람이 서로 만나게 되니 그 기쁨이야 말할 수 없을 정도였다. 김생은 기운을 차려 다시 깨어나고, 수일 후에는 일어나게 되었다. 이로부터 김 생은 공명(功名)을 사양하고, 영영과 더불어 평생을 해로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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