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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o_profile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11.♡.30.169) 댓글 0건 조회 1,632회 작성일 17-05-22 1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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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름날, 김생은 영영이 일러 준 대로 회산군 저택으로 가 담이 무너진 곳을 찾 았다. 그 틈으로 들어간 다음, 다시 동쪽으로 얼마쯤 갔을까, 과연 외딴 방이 하 나 보였다. 김생은 기뻐하며 그 별침에 몸을 숨기고 영영이 나오기를 기다렸다. 밤이 깊어지면서 달은 점점 높아지고 서늘한 바람이 불었다. 이때 문 여는 소리 가 들려 왔다. 김생은 숨을 죽이고 발걸음 소리를 들었다. 발소리는 별침 쪽으 로 가까워지더니 문이 열리며 고운 향기가 방 안에 퍼졌다. 바로 영영이었다. 

김생이 썩 나서며, 

“낭자, 소생 여기 있소.” 

하였다. 그런데 그 목소리가 너무 컸다. 영영도 놀랐지만 소리 친 김생도 놀랐 다. 두 사람은 위기의 순간에도 피식 웃었다. 영영은 김생의 손을 붙잡고 가까 이 앉았다. 두 사람은 부부처럼, 때론 친구처럼 많은 이야기를 했다. 가끔씩 침 묵이 두 사람의 대화를 끊긴 했지만, 그 침묵의 순간조차도 눈빛은 끝없는 이야 기를 하고 있었다. 그런데 밤이 한참 깊었을 즈음 영영이 갑자기 일어섰다. 

“진사께서 오실 때가 되었습니다. 잠깐만 기다리소서.” 

김생이 무어라 말하려 손을 내젓는데 밖에서 소리가 들렸다. 

“진사님이 돌아오시나이다.” 

그 말에 영영이 재빨리 밖에 뛰어나가고 김생은 졸지에 혼자가 되고 말았다. 그 렇다고 마음대로 돌아다닐 수도 없었다. 잘못 돌아다니다 붙들리는 날엔 목숨이 달아날 판이었다. 한참 동안 바깥이 시끄러웠다. 그러다 어느 순간부터 소리가 작아지면서 사람 소리도 들리지 않고 집 안의 불도 모두 꺼졌다. 

얼마쯤 지나자 영영이 등과 술병을 들고 와서 문을 열었다. 이 무렵 김생은 아 무래도 일이 틀린 줄 알고 한쪽 구석에서 떨고 있었다. 영영은 웃으면서, 

“제가 이렇게 따뜻한 술을 가지고 왔나이다.” 

하고 술을 따라 김생에게 권하였다. 

“내 마음이 낭자의 정에 있지 술에 있지 않소.” 

김생은 술을 사양하였다. 

그 날 밤 두 사람은 둘만의 사랑을 만들었다. 오랫동안 그리워한 두 남녀가 만 났으니 밤이 새는 줄 모르고 사랑을 속삭였다. 하지만 사랑하는 사람에겐 밤이 짧았다. 마침내 먼 곳에서 새벽 닭 우는 소리가 들렸다. 날이 밝아 오는 것이 한스럽기만 했다. 하지만 먼 데서 종소리가 들린 뒤에는 더 이상 같이 있을 수 없었다. 

“우리의 사랑은 끝이 없는데 좋은 밤은 짧기만 하군요. 이렇게 한 번 궁문을 나가면, 다시는 만나기 어려우니 이 심정을 어이하리까?” 영영이

김생의 말을 듣고 조용히 눈물을 흘렸다. 

“도련님께선 남아의 철석 같은 마음으로 어찌하여 여자를 생각하여 마음을 상 하십니까? 원컨대, 도련님께서는 저를 생각하시느라 마음 상하지 마시고 옥체를 소중히 하시고 학업에 정진하여 소원을 이루신다면 소녀 다행으로 여기겠나이 다.” 

두 사람 모두 아무 말 하지 못하고 다만 손을 잡고 서로 바라볼 뿐이었다. 창 밖이 점점 밝아져 영영이 김생을 붙잡고 나가 무너진 담 밖에서 전송하였다. 두 사람은 서로 눈물만 흘릴 뿐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김생이 영영을 만나고 온 얼마 후, 회산군이 세상을 떠났다. 그리고 두 사람을 도와 주었던 노파도 세상을 버렸다. 두 사람은 더 이상 만날 수 없게 된 것이 다. 편지조차 서로 보낼 수 없어 소식이 영영 끊기고 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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